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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우스리스크 최씨 수난기

2018-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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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한국 작가회의 시인 ‘채광석 위원’이 해외 독립운동의 성지였던 우스리스크를 돌아보며 작성한 시를 바탕으로 만든 콘텐츠입니다.

우스리스크 최씨 수난기

-최재형을 생각하며 

 

함경도 노비 기생의 자식으로 

아버지 따라 일찍 연해주로 건너간 최씨는 

 

어려서부터 사업에 눈을 떠 거상이 되었는데 

두 명의 부인으로부터 4남 7녀를 두었다네 

 

러시아 군대에 소고기나 납품하며

주렁주렁 자식들 뒷바라지일로 늙어 갈 일이지 

 

무슨 바람 들였을까 무엇에 홀렸을까 

얀치혜 장미꽃 화원 딸린 서양 벽돌집엔 

 

안중근 형제와 헤이그 밀사들이 머물다 갔고 

노령 찾아든 망명객들 너도 나도 머물다 갔네 

 

서간도 북간도 시베리아 떠돈 조선이

한 시절 제 온돌방처럼 언 꿈 녹이다 갔다네

 

그 꿈이 너무 뜨거웠나 사나웠나 

시베리아 일본 출병군은 1920년 사월 

 

나이 육십 노인에게 총을 쏘아버렸네 

장남 최운학은 1918년 백위파 군에 죽었는데 

 

볼셰비키 포병장교였던 차남 최성학도 

일제 밀정으로 몰려 스탈린에게 처형됐네 

 

삼남 최 페트로비치는 알마타에서 

평생 조롱을 먹고 살다 죽었고 

 

1차 대전 참전병사였거나 단추공장 기술공이었던

다섯 사위들도 모두 처형되었네 

 

키르기스탄에 숨죽여 살던 6녀 최 류드밀라 노인이 

1996년 한국 대통령께 이런 편지를 썼네

 

‘추운 겨울은 닥쳐오고 난로 연료도 없고 

장작 벨 힘도 물 끓여 운반할 기력도 없습니다.’

 

일본군 러시아백군 스탈린적군 한인촌 파벌

세상 모든 아귀들의 손발톱에 구멍 숭숭 뚫린 

 

고려인 최 씨 가족의 삶과 운명을 

시베리아 자작나무처럼 하얗게 불탄 한 시절을 

 

오늘 나는 무슨 말 지어 꿰매고 달래야 하나 

드릴게 없어라 나는 

 

여기 시로 지은 옷 한 벌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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