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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20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한국 작가회의 시인 ‘채광석 위원’이 해외 독립운동의 성지였던 우스리스크를 돌아보며 작성한 시를 바탕으로 만든 콘텐츠입니다.
우스리스크 라자돌노예역에서
1937년 9월 11일 아침
블라디보스톡 뻬르바야레치카 역에서
시베리아 행 첫 화물 기차가 떠났네
신한촌 개척리 고려인들을 줄줄이 태우고
우스리스크 라자돌노예역 하바로프스크역
연해주 모든 기차역마다 고려인 17만이
흩어진 볍씨처럼 부려진 짐짝처럼 뒤엉켰네
어디로 가는지 왜 떠나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이 없었네
똑똑한 고려인 지도자들은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끌려 나가
이미 저 세상 사람들
마흔 번의 달이 뜨고 지는 동안
불씨 한 올 없는 횡단 열차 안에서
아기들이 제일 먼저 얼어 죽었네
노인들은 굶주린 낙엽으로 굴러 떨어졌네
아, 천하의 고려독립군 대장 홍범도도
그 기차만은 멈출 수 없었네
까마귀밥으로 내던져진 제 동족들
돌무덤 하나 지어 줄 수 없었네
아침이면 또 아기 하나 잡아먹고 뜨는
저 해는 참 새빨갛기도 하지
저녁이면 또 노인 하나 잡아먹고 돋는
저 달은 참 새파랗기도 하지
마흔 한 번째 아침 해가 떠오를 때야
고려인들은 알았다네
멈춰선 기차에서 함께 내리지 못한 동족들
수천수만이었다는 사실을
아아 그러니까 그 기차는
볍씨 한 줌이 전부였던 고려인들 하나 둘 씩
마흔 날을 아귀처럼 잡아먹었던 것
아아 그러니까 마흔 번의 해와 달이
아침저녁으로 묘지를 파고
시베리아 눈보라 비구름이
나뒹구는 백골들을 덮으며 장송곡처럼 뒤따라갔던 것
아아 그러니까 사람들아
연해주 라자돌노예 기차역에 오시거든
아무 곳 어느 곳 바람 한 줄기 불어오거든
걸음 멈추고 귀 열어 먼저 들어볼 일이라네
내 이마에 두 줄의 쇠 레일을 깔고
시베리아 겨울 해와 달만 가득 싣고 와
자작나무 가지마다 무명천으로 걸어놓고 흔들어대는
저 슬프고도 흰 기차 울음소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