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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3·1운동 100주년’에 부쳐 시인 이윤옥 “묻힌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캐다”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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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과위원 기고(1)]

‘3·1운동 100주년에 부쳐

시인 이윤옥 묻힌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캐다

 

“외할머니(차인재 지사, 1895-1971, 2018 애족장 추서)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온 사람은 그간 아무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찾아와서 외할머니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무척 기쁩니다.” 이 말은 대통령직속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로 줄임) 기억기념분과 첫모임날 필자가 한 말입니다. 

 

분과 모임 첫날이라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푼수 없이 필자 혼자서 긴 이야기를 한 것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 부끄럽습니다. 애초부터 “기억분과”에 지원한 것은 제 자신, 기억의 중요성을 실감해 왔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정확하지도 않습니다. 생존자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독립운동가들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과거 기록물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일제침략기, 책상머리에 차분히 앉아서 그날그날의 활동이나 중요한 일정을 기록해 놓는 일을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설사 해놓았다해도 그 내용이 일제에 누설되는 날이면 큰 화를 입었던 시절이라 양도 적었고 남아 있는 것도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국외 지역에서는 비교적 국내보다 자유로운 환경이다 보니 <신한민보> 등을 통한 기록 등이 많이 남아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요. 또한 당시 사진 기술도 국내보다 나은 형편이라 미주 지역에서 독립활동에 기여한 분들은 자료가 타 지역보다 넉넉한 편입니다. ​ 

 

▲이화학당 시절의 차인재 지사 (앞줄 왼쪽)

앞서 꺼낸 차인재 지사 이야기를 더 해보겠습니다. 필자는 지난 8월 7일부터 18일까지 미주지역에서 활동한 여성독립운동가의 활약상을 취재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했습니다. 그때 만난 사람이 로스앤젤레스 근교, 헌팅턴비치에 사는 임치호, 차인재 지사 부부의 외손녀인 윤패트리셔(71살) 씨 입니다. 윤패트리셔 씨의 외할머니 차인재 지사는 미국에서 대한여자애국단 로스앤젤레스지부 회장 등의 활동을 하면서 독립운동에 뛰어든 분이십니다  

 

윤패트리셔 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로부터 조부모(임치호, 차인재 지사)의 사진을 고스란히 물려받아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올해 71살로 후손 없이 살고 있는 윤 씨는 고국에서 자신을 찾아간 필자에게 외할머니의 흑백 사진 몇 장을 쥐어주면서 ‘내가 가지고 있기 보다는 작가님이 갖고 계시는 게 더 좋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외할머니의 삶이 담겨있는   앨범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를 내비쳤습니다. 

 

이것은 비단 차인재 지사의 손녀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희미해지는 2-3세들의 기억에서 선조들의 독립정신은 흑백사진 속에서만 살아 있습니다. 더욱이 후손이 없는 상황에서는 선열들이 남긴 소중한 자료를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지요. 사진과 같은 자료도 자료지만 그간 국가는 국내외 각지에서 살고 있는 후손들을 찾아뵙고 그들의 선조가 조국 독립에 쏟은 위대한 업적을 이야기해주는 일을 소홀히 해왔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차인재 지사 후손 윤패트리셔 씨와 함께 자택에서

 

차인재 외할머니(1971년 작고)가 돌아가신 뒤 47년 동안, 독립운동 관련 일로 고국에서는 윤패트리셔 씨를 찾은 사람은 제가 유일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우리 할머니가 그렇게 훌륭한 독립운동가인지 잘 몰랐습니다. 작가님(필자) 이야기를 듣고 처음으로 조국의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간 필자는 수많은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만났습니다. 거의 윤패트리셔 씨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3.1운동 100주년을 앞둔 시점에, 진정으로 우리가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하는 개념이 확실하게 섰습니다. 그 개념을 말하기 전에 우선은 여성독립운동가를 아는 일이 급선무 일 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십 수 년간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조명하여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외는 물론이고, 일본, 중국 만주와 상해에서 중경에 이르는 지역, 하와이, 미주, 러시아 등 많은 곳을 직접 찾아가 여성독립운동가들의 삶을 취재하여 시와 글로 남기는 작업이지요.

 

추진위 기억기념분과 위원으로 그동안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진 여성독립운동가들, 그리고 그 후손들의 삶을 널리 알리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연재글로 하나하나 씩 그동안 조명 받지 못했던 여성독립운동가의 실타래를 풀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필자는 현재 <오마이뉴스>에서 여성독립운동가들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필자의 관련 글 더 보기 ☞ 나이 16살, 비밀결사 조직을 만든 “장경례 지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84161&CMPT_CD=SEARCH

 

필자의 관련 글 더 보기 ☞ 스물일곱, 러시아에서 활약한 ”이인순 지사“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82249&CMPT_CD=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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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기억기념 분과 위원​ 


문학박사. 『문학세계』시 부문 등단. 문학세계문인회. 세계문인협회 정회원. 지은 책으로는 친일 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 항일여성독립운동가를 다룬 책 『서간도에 들꽃 피다』(전8권), 『여성독립운동가 300인 인물사전』, 한·중·일어로 된 시화집 『나는여성독립운동가다』를 펴냈다. 한편, 영문판 시집『 41heroines, flowers of the morning calm』을 미국에서,『FLOWERING LIBERATION-41 Women Devoted to Korean Independence』를 호주에서 펴냈으며 그 밖에 많은 책을 썼다. 한국외대 연수평가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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