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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홍서윤 기고문 - 미래세대가 기억하는 대한민국 100년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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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가 기억하는 대한민국 100년.


홍 서 윤

기획소통분과 위원/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대표



역사는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이야기였습니다. 독립운동가의 이름과 어떤 해에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숫자를 외우는 것에 집중했었습니다. 과거가 누적되어 오늘이 있고, 오늘이 누적되어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머리로만 이해했을 뿐이었습니다. 당장 내 삶과 연결고리가 없기에 역사란 그저 이해하기 어려운 과거에 불과했을지 모릅니다.


독립운동이나 민주화운동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가족이 없다면 책에 쓰인 몇 줄의 글에 의존하여, 이따금 TV에 방영되는 매체에 의존하여 역사를 기억하고 있었을 겁니다. 필자의 또래는 대게 그러할 겁니다. 가슴의 울림에 반응하여 역사의 사실이나 실존적 인물을 탐구하는 것은 학업에, 취업에 도움 되는 일이 아니라고 사회가 말했습니다. 작은 나라가 동서로 나뉘어 서로를 검열하고, 죽이고 죽임당하는 잔인한 폭력이 벌어졌던 그 과거를 묻는 것 또한 터부시 되어 슬픔과 아픔을 묻는 것을 사회는 불편해했습니다.


2030대, 지금의 미래세대는 그런 사회에 살아왔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제대로 과거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나 부족했고, 주어지는 대로 외우고 주입하는 방식으로 과거를 입력했습니다. 다수를 위해 나라는 개인이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엔 언제나 꼬리표가 붙었습니다. 눈으로는 불의와 폭력, 비합리성을 목격하더라도 가슴 한 켠이 꿈틀거리는 것을 움켜쥔 채로 마음껏 나서지도 목소리 내지도 못했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지난 100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언제나 불의와 폭력에 가장 먼저 반응했던 것은 그 시대의 청년들, 그 시대의 미래세대였는데 말입니다.


그렇다고 필자와 같은, 지금의 미래 세대들이 역사를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년 전이었죠. 거대한 바위를 적시는 작은 물방울처럼 마음을 동하게 하는, 평화를 지키고자 했던 일들이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두 아이-미순이와 효순이-가 별이 되던 그 때, 약 300명의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별이 되던 그 날, 진정 마음이 동하여 움직이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는 불의와 비합리성에 결국 반응하였습니다.


학생과 청년들은 한 겨울 주말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왔습니다. 각자 자신만의 ‘평화’를 찾기 위해서였지요.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드는 것일까요. 과거 100년 전 애국지사들이 그러했듯, 민주화를 위해 뜨거운 가슴을 품었던 선배들이 그러했듯, 결국 오늘의 미래 세대들이 역사와 평화를 만드는 데 함께하였습니다.


가슴으로 역사를 마주하게 되면서 지난 100년의 역사가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을 겁니다. 불의로부터 평화를 지키고자 촛불을 들었던 경험은, 나라를 잃고 폭력과 억압에 시달리던 애국지사의 마음과 독재로부터 삶을 찾고자 했던 선배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은 이해하게 된 계기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래 세대들의 평화의 경험은 지난 100년의 역사와 미래의 100년의 역사를 이어줄 가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 날 촛불과 평화를 마주하게 된 그 경험은 역사 인식의 전환점이 된 것이 분명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미래세대는 각자의 생활양식 속에서 역사를 기억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였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돕기 위한 펀딩에 동참하거나, 올바른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영상 제작에 십시일반 제작비를 지불하거나, 역사를 바로잡기 위한 여론 참여에 함께하기도 합니다. 지적 호기심에 토막 뉴스나 역사를 검색해보는 일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사사롭지만 시대가 교과서를 뚫고나와 각자의 삶에서 역사를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일겁니다.


무릇 젊은 세대들이, 지금의 미래 세대들이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서, 억압을 겪어보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잘 모릅니다. 전쟁도 억압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모릅니다. 알더라도 완벽하게 공감할 수 없겠지요. 하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노력하고 접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난 100년의 대한민국을 더 잘 알고, 더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소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이후 100년이 지난 현 세대와 향후 100년을 기억하고 이어갈 미래세대를 위함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합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200주년에는 무슨 이야기들을 할까. 그때는 지난 100년 역사의 실존자가 아무도 없을 텐데-어쩌면 필자도 없겠지마는-그때는 지금을, 또 지난 100년을 어떻게 기억할지 떠올려봅니다. 그때는 1919년을 어떻게 기억할지 2019년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합니다. 이런 상상을 지난 100년 전 애국지사들도 하였겠지요. 물론 그 결이 매우 다르다는 것도 잘 압니다만 시대 변화의 자연스러움이라 여깁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1)”는 단재 신채호 선생 말이 있습니다. 미래세대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은 기존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코 역사를 잊을 수도 잊었을 수도 없습니다. 역사가 있어 현재도 미래도 있는 것이기에 지난 100년의 대한민국을 각자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1) 본래 “A nation that forgets its past has no future” -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의 발언입니다.






홍서윤 (사)한국장애인관광협회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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